4
창턱에 놓여진 일일초화분을 사이에 두고 자매는 오래도록 말없이 서있었다. 창가로 은은한 선률이 흘러들고있었다.
불밝은 창가에서 나는 생각해
행복이 어디서 오는것인지
…
서정적인 선률에 넋마저 심취돼버린듯싶은, 어찌 보면 쓸쓸한 웃음마저 비낀듯싶은 언니의 얼굴을 쳐다보느라니 수옥은 또다시 가슴이 쓰려났다. 차라리 아까처럼 울기라도 했으면 이다지도 가슴이 숨막히도록 답답하고 괴롭지는 않았을것이였다. 수옥은 자기를 타매했다. 응당 이러한 결과를 예상하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막았어야 했다는 후회였다.
과장선생을 욕하고싶은 생각도 없었다.
너무도 응당한 귀결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잘못은 스스로 자기를 괴롭히는 언니와 그걸 미연에 막지 못한 자신에게 있었다.
순간 수옥은 언니가 혹시 4년전 정국의 사진을 처음 본 그때 이미 그에게 반한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불쑥 들었다.
만일 정말 그렇다면… 그렇다면 지금 언니의 가슴은 얼마나 쓰리고 아플것인가. 그때는 언니가 시집갈 결심이 없었으니 일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감정이야 어디 가겠는가. 더는 견디기 힘들어진 수옥은 끝내 먼저 입을 열었다.
《됐어, 내가 다른 남자를 소개해줄게.》
그러자 수정은 의문서린 눈길로 수옥을 쳐다보았다.
《왜 말이냐?》
《왜라니?》
《정국선생이 일요일에 다시 오겠다고 하지 않았니?》
수옥은 너무도 아연해서 입을 딱 벌렸다.
《그걸 정말로 들었어? 남자들은 싫으면 다 그렇게 말한단 말이야.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좋다고 말하지 다시 오겠다고 할 필요가 있어? 면전에서 어떻게 싫다고 말한단 말이야? 참, 언니도 천진하기란…》
너무하다고 할 정도로 때가 묻지 않은 언니가 수옥은 기막혔다.
그러자 수정은 고집스레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 정국선생은 그런 철면피한 사람이 아니다. 솔직하구 진실하면서도 자기 존엄도 지킬줄 아는 남자다운 남자지. 난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
《뭐?!》
수옥은 너무도 놀라 뒤로 한걸음 물러서기까지 했다. 뒤로 두손을 가져가 창턱을 짚으며 수옥이에게로 돌아선 수정은 힘들게 입을 열었다.
《래일 정국선생을 만나 일요일에 오지 말라고 전해주렴.》
《그건?…》
《내가 찾아가련다.》
수옥은 입을 딱 벌렸다.
…수옥은 자기가 언니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갈마들었다. 그러다 이번보다 더 큰 모욕을 당하면 어쩌려고 저런단 말인가.
수옥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것은 안될 일이다.
사랑이란 서로의 인격을 존중해주고 아껴주는 마음에서부터 움트고 꽃피는것이지 어느 한켠의 인격을 다른 켠에게 대가로 지불하고 구비하는 그 무슨 상품이 아니다.
그렇게 《구입한》 사랑이 과연 얼마만 한 가치가 있으며 만일 그것도 정말 사랑이라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얼마나 불공평하고 야박하고 천하기 그지없는 물건짝이란 말인가.
수옥은 자기가 더는 피할수 없는 마당에 서있음을 그 시각 깨달았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난 수옥은 고개를 들었다.
《이런 말은 안하려고 했는데… 솔직히 대답해줘. 언니는 왜… 이때껏 마다해온 시집을 가려고 하나?》
수옥은 자기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자기가 랭정하다못해 혹독해보이기까지 하다는것을 모르지 않았다. 이 세상에 친언니가 시집가는데 대해 리유를 묻는 동생이 자기말고 누가 또 있단 말인가.
허나 그것은 자기가 누구보다도 언니가 가장 고결하고 아름다우며 깨끗한 인간이라고 믿고있기때문이 아닐가. 사람들의 있을수 있는 오해와 의혹을 향하여 특히는 정국의 그 정당하나 야박한 물음앞에 언니가 떳떳하게 대답하게 되기를 수옥은 소원하고 또 하는것이였다.
그러는 수옥을 생각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수정이 입을 열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 나도 헐하게 내린 결심은 아니니까. 하지만 난 결코 성공했기때문에 결혼을 결심한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수 있지. 난 성공하고싶어 강의와 담임도 결심했고 결혼까지 결심한거란다.》
수옥은 언니의 말이 천만뜻밖이였다.
성공하고싶다는것은 결국 자신이 아직도 성공하지 못한 과학자란 뜻이 아닌가. 그런데 언니는 온 나라가 다 아는 연구사가 아닌가.
괴로운듯 입술을 깨물던 수정이 입을 열었다.
《그래, 난 아직 성공 못한 과학자다. 한해전까지만 해도 난 표현은 안했지만 자신을 성공한 과학자라고 자부하고있었다. 그러나 연구조가 몇해동안 심혈을 깡그리 기울이며 만든 기계들이 몇년사이에 도덕적으로 마멸되기 시작하는것을 목격하면서 나는 자신이 이날까지 뭔가 잘못 생각해왔다는것을 깨달았구나.》
괴로운듯 일일초잎새를 쓰다듬던 수정은 다시 시선을 수옥에게로 돌렸다.
《한해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 과학원에서 정상적으로 보내주는 세계과학기술발전추세자료를 열람하던 나는 깜짝 놀랐다.우리 연구조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경공업기계들의 대당 가격이 거기에 있었댔지. 개발당시엔 수십만을 헤아리던 그 기계들의 값이 만단위, 지어 천단위로 떨어져내린게 아니겠니.
어떤 기계는 개발을 위해 국가가우리 연구조에 투자한 자금보다도 더 눅은 값이였구나. 급속도로 발전하는 현실의 응당한 귀결이지. 물론 그 기계들이 현재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발전된 기계인것은 사실이지만…
눈물이 나왔다.
아버지 장군님 께서 나에게 크나큰 은정을 베풀어주셨을 때 나는 그 사랑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그 크나큰 사랑속에 깃들어있는 어버이의 절절한 당부만은 헤아리지 못했구나. 오늘만이 아닌 앞으로도 세계의 과학기술을 딛고 조국의 존엄을 떨치기 바라시는 그 크나큰 기대와 믿음을 말이다.
우리 연구조가 자기나름으로는 피타는 탐구의 주로를 달린다고 자부할 때 세계는 결코 앞선것이 만족해서 우화에 나오는 토끼처럼 낮잠을 잔게 아니였구나. 가슴이 미여지는듯 했다. 그게 어떤 기계들이냐. 양말공장에 만들어준 기계들만 해도 그렇지. 너도 그 사연을 알고있지.》
그랬다. 수옥은 알고있었다.
언니를 영광의 단상에 세워준 그 기계들에는 눈물없이는 들을수 없는 기막힌 사연이 깃들어있었다. 몇해전 현지지도의 길에서 돌아오시던위대한 장군님 께서는 녀성들이 바지를 입고 길거리로 오가는 모습을 보시고 안색을 흐리시였다.
민망스러워하는 일군들에게그이 께서는 지금 나라사정이 어려워 녀성들에게 겨울용긴양말을 푼푼히 만들어 보내주지 못하고있다고 하시면서 남편들과 자식들의 뒤바라지를 하느라 사시절 언제한번 편히 앉아보지 못하는 녀인들인데 오죽 추웠으면 바지를 입었겠는가고 하시며 못내 가슴아파하시였다.
그길로 양말공장에 오신그이 께서는 아무리 나라의 자금사정이 긴장해도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양말기계를 일식으로 장만해서 우리 녀성들에게 질좋은 긴양말을 보내주자고 가슴뜨겁게 말씀하시였다.
그래서 어느 한 나라에서 양말기계설비들을 수입해왔는데 당시로서는 첨단기술로 지능화된 조종기계들이다나니 가격이 엄청나게 비쌌던것이다. 의뢰인인 기사장과 함께 온 무역일군은 가슴을 두드렸다고 한다.
《그래우리 과학자들은 다 뭘합니까? 난 분해서 여기로 왔습니다. 세상 제일 위대한 주체사상의 조국에서 사는 우리 가 어째서 과학에서는 매재기를 칩니까? 숱한 과학자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우리 가 팔아주는것보다 사야 할게 더 많은가 하는것입니다.》
그의 말이 너무한데도 없지 않았으나 모두들 아무 말도 못했다.우리 장군님 의 심려에 가슴이 미여졌고 한 무역일군의 분노가 교직원, 연구사들의 마음속에 의분을 불러왔다.
즉시에 대학에서 가장 전도유망하고 능력있는 실력자들로 개발조가 조직되였다. 주설계가는 다름아닌 언니였다.
언니네 4명연구조는 바로 그때 조직되였다.
몇십차례의 실패끝에 드디여 기계들을 완성한 12월 어느날 양말공장을 돌아보시려위대한 장군님 과 경애하는 원수님 께서 현지에 나오시였다. 그날 맵시나게 가동하는 기계옆에서 언니와 성철동지를 만나주신 경애하는 원수님 께서는 녀성의 몸으로 정말 큰일을 했다고 치하하시며 위대한 장군님 가까이로 언니의 등을 다정히 떠밀어주시기까지 하셨다.
그러나 그날은 언니가 영광과 자책을 한순간에 체험한 날이기도 했다.
공장의 년간생산능력을 알아보시던위대한 장군님 께서는 수량을 말씀올리는 지배인의 보고를 받으시고 왜 그렇게 작게 잡았는가고 물으시였다.
시안의 녀성들 일인당 한해에 열컬레씩 신는것으로 타산하여 그렇게 계획했다는 보고를 받으신장군님 께서는 이윽토록 아무 말씀도 없으시다가 이왕이면 온 나라 녀성들모두에게 한해에 열컬레씩 보내주면 더 좋지 않겠는가고, 생산능력을 결정적으로 확장해서 온 나라 모든 녀성들에게 다 가닿도록 해야 한다고 절절히 말씀하시였던것이다.
또다시 연구조는 공장생산능력확장으로 인하여 제기된 새 기종의 능력향상된 기계들에 대한 개발에 달라붙었다. 얼마 안되는 기간에 모든 지표를 달성한 연구조는 그후 전원이 박사의 학위를, 성철과 수정은 공훈과학자의 칭호를 수여받았던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러한 기계들이 불과 몇년사이에 벌써 시대의 뒤전에 밀려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언니는 무척 감수하기 힘들었으리라.
수정의 말은 계속되였다.
《내 나이 이젠 40고개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사람의 한생을 작게 잡아 일흔으로 보고 이제 더 일할수 있는 나이는 20여년, 그 과정에 정말 최대의 노력과 열정을 안고 내달린다면 세계를 놀래울 몇대의 첨단기계를 만들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과학기술갱신주기가 가속도로 빨라지고있는 오늘 그 기계의 가치가 과연 얼마나 가겠니. 길게 잡아 5년… 그다음엔… 그래서 나는 내자신이 진짜 성공한 과학자라고 떳떳이 말할수 없었던거란다. 참된 성공이란 과연 무엇이겠니?
선생님 이 생각났다. 생의 마지막순간까지 나를 위해 마음쓴 선생님 이… 나는 그 순간 훌륭한 첨단기술만이 아닌 바로 자기자신을 릉가할 제자를 키워낸 과학자야말로 가장 성공한 과학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심한것이 강의를 하는것이였지. 자식이 없는 나로서는 제자들을 내 자식들처럼 키우고싶었구나. 제자들과 단 한치의 간격없이 그렇게 하나가 되고싶었던 나였다. 그런데 어째서 제자들은 나를 엄격한 스승으로만 대할뿐 누구보다도 정에 주리고 힘겨우면 동요도 하고 슬프면 울줄도 아는 그런 인간으로는 대하지 않는걸가. 학급장도 그렇지.… 난 그것이 가슴아팠다. 혈연적인 감정이 오가지 못하는 강의는 훌륭한 강의가 아니다. 학생과 교원사이에 그런 진실한 감정의 뉴대가 없다면 사칙계산에 대한 초보적인 강의도 제자들은 리해하려 안하는거란다. 나는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제딴엔 가정도 사랑도 청춘도 다 기계를 위해 바쳐왔다고 생각해왔지만 그것이 혹시 자기 하나의 성공과 명예를 위해 사회가 부여해준 녀성으로서, 공민으로서의 가장 초보적인 안해와 어머니로서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구실이 아니였는가고 말이다.》
수옥은 소스라치듯 놀랐다. 그것이 어찌 구실로 된단 말인가. 그것이 만약 구실이라면 그 대가야말로 얼마나 비싼것인가.
그것이 정말로 구실이라면 언니뿐만이 아닌 사람이 생겨나 오늘까지 가정도 행복도 사랑도 오직 인류의 과학적진보를 위해 바친 수많은 녀성과학자들에 대해서는 뭐라고 설명한단 말인가.
이것이 언니 하나에만 해당되는 문제인가. 자기를 위해서가 아닌 인류를 위해 가장 고결한 삶을 산 그 모든 녀성들에 대한 모욕이 아니란 말인가. 수옥의 마음을 아는듯모르는듯 수정의 목소리는 점점 더 높아졌다.
《더 무서운것은 과학을 지망하는 새 세대 처녀들의 티없는 눈동자였다. 며칠전에 조속기를 새로 만들어 석사학위를 받은우리 대학 박사원처녀를 축하해주러 그의 집에 갔댔다. 그날 그 처녀가 나에게 조용히 묻더구나.
<선생님 , 한 남동무가 저를 지꿎게 따라다니는데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난 물었다. <넌 그를 사랑하니?> 처녀는 얼굴이 붉어져 눈을 내리깔았다. 난 사연을 짐작했지. 그런데 그다음 말이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선생님 … 녀자가 과학에서 성공하자면 가정을 이루지 말아야지요?> 내가 그 말에 과연 무엇이라고 대답해야 하니? 가지면 안된다고? 아니면 가져도 된다고? 처녀는 대답을 기다리며 나를 티없이 맑은 눈동자로 바라보았지만 나는 마주볼수 없었다. 순진한 그 처녀는 나에게 말했다. <전 선생님 처럼 살고싶습니다.> 아! 그 말이 나에겐 마치도 폭탄소리처럼 들려오더구나. 가슴이 찢기는듯 아팠다. 만일 나때문에 과학이 청춘남녀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갈라놓는 매개물로 된다면 얼마나 무서운 일이냐.》
언니의 말은 수옥의 가슴에서 파도처럼 부서졌다. 언니의 얼굴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비오듯 흘러내리고있었다.
《스승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생각났다. <시집을 가거라.> 그것은 결코 그 어떤 양보가 아니였다. 가장 힘겨운 시련의 나날 자기앞에 지어진 또 하나의 의무를 잊지 말라고 깨우쳐준 참다운 삶에 대한 마지막강의였다. 나라에선 독신인 나에게 두번씩이나 번듯한 새 집을 주었고 새로운 첨단과학기술정보가 들어오면 우선적으로 보장해주었다. 몇십차례의 실패를 거듭하며 수많은 자재들을 랑비했을 때에도 당에선 나를 꾸중할 대신 힘을 내라고 고무해주었다. 그런데 난 자기의 나약성을 마치나 크나큰 희생이나 헌신처럼 생각해왔구나. 그러한 나때문에 혈육과 동지들,위대한 장군님 과 우리 원수님 께 얼마나 큰 가슴속아픔을 드렸을가 하는 생각에… 흐윽… 그래서 난 늦게나마 처녀에게 말했구나. <아니다, 옥희야, 마음놓고 결혼해라. 과학도 가정도 사랑으로 가꿔라. 그게 진짜 성공이란다.> 라고 말이야. 그래! 그건 바로 나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단다.》
수정은 눈물이 그렁해서 수옥의 두손을 꼭 잡았다. 수옥은 어느새 자기의 눈가에도 뜨거운것이 흘러내림을 의식했다.
《언니!》
그는 저도 모르게 부르짖었다.
언니의 두손을 꼭 마주잡았다.
키워주고 내세워준 그 모든것을 위해 이날까지 자신을 깡그리 다 바쳐온 언니 그리고 다름아닌 그런 딸때문에 이날까지 잠못든 조국의 아픔마저도 가슴에 걸려 못견디게 자책하는 언니였다. 그런 언니를 순간이나마 오해했던 자신이 미웠다. 언니의 따스한 손이 자기의 손을 어루쓸며 속삭이듯 말했다.
《수옥아, 그래서 난 시집을 가기로 결심했어. 결혼이란 결코 자기 하나만을 위한것이 아니라는걸 난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구나.》
수옥은 언니를 새삼스러운 눈길로 다시 쳐다보았다. 언니의 외모는 너무도 수수한 보통녀성에 불과하였다.
허나 언니의 정신세계는 한떨기 꽃처럼 얼마나 아름답고 순결한것인가. 동생이기 전에 같은 녀성이며 대학졸업생인 자기와 비해볼 때…
언니의 모습이 아름답게 비껴올수록 수옥은 가정의 행복과 남편의 뒤바라지를 운운하며 직장일을 그만두려던 자기의 행동이 얼마나 저렬하고 리기적인가를 돌이켜보지 않을수 없었다. 나라에서는우리 녀성들을 가리켜 꽃이라고 부른다.
그속에는 가정의 꽃, 사회의 꽃, 혁명의 꽃이라는 가슴벅찬 의미가 깃들어있다. 그러나 자기는 이날까지 너무도 잘 안다고 생각했던 그 말의 의미를 모르고 살았다.
언니가 자신이 가정의 꽃으로도 피여야 함을 애써 외면해왔다면 자기는 오직 한가정만의 행복을 가꾸는 온실속의 꽃이 되고저 의식적으로 혁명이 맡겨준 자기의 초소를 리탈하려고 한것이다. 가정의 꽃이 되겠다고 나라일을 저버리려 한것이다.
더 무서운것은 자기가 그것을 어쩔수 없는것으로, 있을수 있는 너무도 당연한 일로 생각한것이다. 안해가 없는, 어머니가 없는 가정의 행복을 생각할수 없듯 녀성이 없는 나라의 부강을 생각할수 있단 말인가.
혁명의 한쪽수레바퀴를 맡겨준당과 조국앞에 녀성은 꽃으로 필 때만이 자기의 사명을 다할수 있다.
《수옥아!》
수옥은 머리를 들었다. 일일초화분을 두손으로 받쳐든 언니가 서있었다.
《이 화분을 나에게 기념으로 안 주겠니? 꼭같은걸 다시 구해다주마.》
수옥은 도리머리를 저었다.
《아니, 안돼. 난 아직 언니의 당부를 지키지 못했어. 내가 언니에게 꼭같은 화분을 선물할게.》
수옥은 손수건으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아득한 높이에서 자기를 내려다보고있는듯싶은 언니에게 진정으로 말했다.
《언니, 날 용서해. 난 의사일을 그만두려 했댔어. 하지만 래일부터 난 의학대학졸업생답게 새로운 수술방법을 계속 연구할테야. 정말이야. 나도 언니처럼 진짜 꽃으로 필테야.》
《수옥아!》
《언니야!》
자매의 목소리가 밤대기를 누르며 한편의 서정시처럼 울렸다. 꼭 껴안은 자매사이에서 일일초꽃송이들이 짙은 향기를 뿜어올리고있었다.
*
불밝은 창가에서 나는 생각해
행복이 어디서 오는것인지
…
서정적인 선률에 넋마저 심취돼버린듯싶은, 어찌 보면 쓸쓸한 웃음마저 비낀듯싶은 언니의 얼굴을 쳐다보느라니 수옥은 또다시 가슴이 쓰려났다. 차라리 아까처럼 울기라도 했으면 이다지도 가슴이 숨막히도록 답답하고 괴롭지는 않았을것이였다. 수옥은 자기를 타매했다. 응당 이러한 결과를 예상하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막았어야 했다는 후회였다.
과장선생을 욕하고싶은 생각도 없었다.
너무도 응당한 귀결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잘못은 스스로 자기를 괴롭히는 언니와 그걸 미연에 막지 못한 자신에게 있었다.
순간 수옥은 언니가 혹시 4년전 정국의 사진을 처음 본 그때 이미 그에게 반한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불쑥 들었다.
만일 정말 그렇다면… 그렇다면 지금 언니의 가슴은 얼마나 쓰리고 아플것인가. 그때는 언니가 시집갈 결심이 없었으니 일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감정이야 어디 가겠는가. 더는 견디기 힘들어진 수옥은 끝내 먼저 입을 열었다.
《됐어, 내가 다른 남자를 소개해줄게.》
그러자 수정은 의문서린 눈길로 수옥을 쳐다보았다.
《왜 말이냐?》
《왜라니?》
《정국선생이 일요일에 다시 오겠다고 하지 않았니?》
수옥은 너무도 아연해서 입을 딱 벌렸다.
《그걸 정말로 들었어? 남자들은 싫으면 다 그렇게 말한단 말이야.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좋다고 말하지 다시 오겠다고 할 필요가 있어? 면전에서 어떻게 싫다고 말한단 말이야? 참, 언니도 천진하기란…》
너무하다고 할 정도로 때가 묻지 않은 언니가 수옥은 기막혔다.
그러자 수정은 고집스레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 정국선생은 그런 철면피한 사람이 아니다. 솔직하구 진실하면서도 자기 존엄도 지킬줄 아는 남자다운 남자지. 난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
《뭐?!》
수옥은 너무도 놀라 뒤로 한걸음 물러서기까지 했다. 뒤로 두손을 가져가 창턱을 짚으며 수옥이에게로 돌아선 수정은 힘들게 입을 열었다.
《래일 정국선생을 만나 일요일에 오지 말라고 전해주렴.》
《그건?…》
《내가 찾아가련다.》
수옥은 입을 딱 벌렸다.
…수옥은 자기가 언니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갈마들었다. 그러다 이번보다 더 큰 모욕을 당하면 어쩌려고 저런단 말인가.
수옥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것은 안될 일이다.
사랑이란 서로의 인격을 존중해주고 아껴주는 마음에서부터 움트고 꽃피는것이지 어느 한켠의 인격을 다른 켠에게 대가로 지불하고 구비하는 그 무슨 상품이 아니다.
그렇게 《구입한》 사랑이 과연 얼마만 한 가치가 있으며 만일 그것도 정말 사랑이라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얼마나 불공평하고 야박하고 천하기 그지없는 물건짝이란 말인가.
수옥은 자기가 더는 피할수 없는 마당에 서있음을 그 시각 깨달았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난 수옥은 고개를 들었다.
《이런 말은 안하려고 했는데… 솔직히 대답해줘. 언니는 왜… 이때껏 마다해온 시집을 가려고 하나?》
수옥은 자기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자기가 랭정하다못해 혹독해보이기까지 하다는것을 모르지 않았다. 이 세상에 친언니가 시집가는데 대해 리유를 묻는 동생이 자기말고 누가 또 있단 말인가.
허나 그것은 자기가 누구보다도 언니가 가장 고결하고 아름다우며 깨끗한 인간이라고 믿고있기때문이 아닐가. 사람들의 있을수 있는 오해와 의혹을 향하여 특히는 정국의 그 정당하나 야박한 물음앞에 언니가 떳떳하게 대답하게 되기를 수옥은 소원하고 또 하는것이였다.
그러는 수옥을 생각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수정이 입을 열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 나도 헐하게 내린 결심은 아니니까. 하지만 난 결코 성공했기때문에 결혼을 결심한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수 있지. 난 성공하고싶어 강의와 담임도 결심했고 결혼까지 결심한거란다.》
수옥은 언니의 말이 천만뜻밖이였다.
성공하고싶다는것은 결국 자신이 아직도 성공하지 못한 과학자란 뜻이 아닌가. 그런데 언니는 온 나라가 다 아는 연구사가 아닌가.
괴로운듯 입술을 깨물던 수정이 입을 열었다.
《그래, 난 아직 성공 못한 과학자다. 한해전까지만 해도 난 표현은 안했지만 자신을 성공한 과학자라고 자부하고있었다. 그러나 연구조가 몇해동안 심혈을 깡그리 기울이며 만든 기계들이 몇년사이에 도덕적으로 마멸되기 시작하는것을 목격하면서 나는 자신이 이날까지 뭔가 잘못 생각해왔다는것을 깨달았구나.》
괴로운듯 일일초잎새를 쓰다듬던 수정은 다시 시선을 수옥에게로 돌렸다.
《한해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 과학원에서 정상적으로 보내주는 세계과학기술발전추세자료를 열람하던 나는 깜짝 놀랐다.
어떤 기계는 개발을 위해 국가가
눈물이 나왔다.
그랬다. 수옥은 알고있었다.
언니를 영광의 단상에 세워준 그 기계들에는 눈물없이는 들을수 없는 기막힌 사연이 깃들어있었다. 몇해전 현지지도의 길에서 돌아오시던
민망스러워하는 일군들에게
그길로 양말공장에 오신
그래서 어느 한 나라에서 양말기계설비들을 수입해왔는데 당시로서는 첨단기술로 지능화된 조종기계들이다나니 가격이 엄청나게 비쌌던것이다. 의뢰인인 기사장과 함께 온 무역일군은 가슴을 두드렸다고 한다.
《그래
그의 말이 너무한데도 없지 않았으나 모두들 아무 말도 못했다.
즉시에 대학에서 가장 전도유망하고 능력있는 실력자들로 개발조가 조직되였다. 주설계가는 다름아닌 언니였다.
언니네 4명연구조는 바로 그때 조직되였다.
몇십차례의 실패끝에 드디여 기계들을 완성한 12월 어느날 양말공장을 돌아보시려
그러나 그날은 언니가 영광과 자책을 한순간에 체험한 날이기도 했다.
공장의 년간생산능력을 알아보시던
시안의 녀성들 일인당 한해에 열컬레씩 신는것으로 타산하여 그렇게 계획했다는 보고를 받으신
또다시 연구조는 공장생산능력확장으로 인하여 제기된 새 기종의 능력향상된 기계들에 대한 개발에 달라붙었다. 얼마 안되는 기간에 모든 지표를 달성한 연구조는 그후 전원이 박사의 학위를, 성철과 수정은 공훈과학자의 칭호를 수여받았던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러한 기계들이 불과 몇년사이에 벌써 시대의 뒤전에 밀려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언니는 무척 감수하기 힘들었으리라.
수정의 말은 계속되였다.
《내 나이 이젠 40고개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사람의 한생을 작게 잡아 일흔으로 보고 이제 더 일할수 있는 나이는 20여년, 그 과정에 정말 최대의 노력과 열정을 안고 내달린다면 세계를 놀래울 몇대의 첨단기계를 만들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과학기술갱신주기가 가속도로 빨라지고있는 오늘 그 기계의 가치가 과연 얼마나 가겠니. 길게 잡아 5년… 그다음엔… 그래서 나는 내자신이 진짜 성공한 과학자라고 떳떳이 말할수 없었던거란다. 참된 성공이란 과연 무엇이겠니?
그래서 결심한것이 강의를 하는것이였지. 자식이 없는 나로서는 제자들을 내 자식들처럼 키우고싶었구나. 제자들과 단 한치의 간격없이 그렇게 하나가 되고싶었던 나였다. 그런데 어째서 제자들은 나를 엄격한 스승으로만 대할뿐 누구보다도 정에 주리고 힘겨우면 동요도 하고 슬프면 울줄도 아는 그런 인간으로는 대하지 않는걸가. 학급장도 그렇지.… 난 그것이 가슴아팠다. 혈연적인 감정이 오가지 못하는 강의는 훌륭한 강의가 아니다. 학생과 교원사이에 그런 진실한 감정의 뉴대가 없다면 사칙계산에 대한 초보적인 강의도 제자들은 리해하려 안하는거란다. 나는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제딴엔 가정도 사랑도 청춘도 다 기계를 위해 바쳐왔다고 생각해왔지만 그것이 혹시 자기 하나의 성공과 명예를 위해 사회가 부여해준 녀성으로서, 공민으로서의 가장 초보적인 안해와 어머니로서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구실이 아니였는가고 말이다.》
수옥은 소스라치듯 놀랐다. 그것이 어찌 구실로 된단 말인가. 그것이 만약 구실이라면 그 대가야말로 얼마나 비싼것인가.
그것이 정말로 구실이라면 언니뿐만이 아닌 사람이 생겨나 오늘까지 가정도 행복도 사랑도 오직 인류의 과학적진보를 위해 바친 수많은 녀성과학자들에 대해서는 뭐라고 설명한단 말인가.
이것이 언니 하나에만 해당되는 문제인가. 자기를 위해서가 아닌 인류를 위해 가장 고결한 삶을 산 그 모든 녀성들에 대한 모욕이 아니란 말인가. 수옥의 마음을 아는듯모르는듯 수정의 목소리는 점점 더 높아졌다.
《더 무서운것은 과학을 지망하는 새 세대 처녀들의 티없는 눈동자였다. 며칠전에 조속기를 새로 만들어 석사학위를 받은
<
난 물었다. <넌 그를 사랑하니?> 처녀는 얼굴이 붉어져 눈을 내리깔았다. 난 사연을 짐작했지. 그런데 그다음 말이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
언니의 말은 수옥의 가슴에서 파도처럼 부서졌다. 언니의 얼굴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비오듯 흘러내리고있었다.
《스승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생각났다. <시집을 가거라.> 그것은 결코 그 어떤 양보가 아니였다. 가장 힘겨운 시련의 나날 자기앞에 지어진 또 하나의 의무를 잊지 말라고 깨우쳐준 참다운 삶에 대한 마지막강의였다. 나라에선 독신인 나에게 두번씩이나 번듯한 새 집을 주었고 새로운 첨단과학기술정보가 들어오면 우선적으로 보장해주었다. 몇십차례의 실패를 거듭하며 수많은 자재들을 랑비했을 때에도 당에선 나를 꾸중할 대신 힘을 내라고 고무해주었다. 그런데 난 자기의 나약성을 마치나 크나큰 희생이나 헌신처럼 생각해왔구나. 그러한 나때문에 혈육과 동지들,
수정은 눈물이 그렁해서 수옥의 두손을 꼭 잡았다. 수옥은 어느새 자기의 눈가에도 뜨거운것이 흘러내림을 의식했다.
《언니!》
그는 저도 모르게 부르짖었다.
언니의 두손을 꼭 마주잡았다.
키워주고 내세워준 그 모든것을 위해 이날까지 자신을 깡그리 다 바쳐온 언니 그리고 다름아닌 그런 딸때문에 이날까지 잠못든 조국의 아픔마저도 가슴에 걸려 못견디게 자책하는 언니였다. 그런 언니를 순간이나마 오해했던 자신이 미웠다. 언니의 따스한 손이 자기의 손을 어루쓸며 속삭이듯 말했다.
《수옥아, 그래서 난 시집을 가기로 결심했어. 결혼이란 결코 자기 하나만을 위한것이 아니라는걸 난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구나.》
수옥은 언니를 새삼스러운 눈길로 다시 쳐다보았다. 언니의 외모는 너무도 수수한 보통녀성에 불과하였다.
허나 언니의 정신세계는 한떨기 꽃처럼 얼마나 아름답고 순결한것인가. 동생이기 전에 같은 녀성이며 대학졸업생인 자기와 비해볼 때…
언니의 모습이 아름답게 비껴올수록 수옥은 가정의 행복과 남편의 뒤바라지를 운운하며 직장일을 그만두려던 자기의 행동이 얼마나 저렬하고 리기적인가를 돌이켜보지 않을수 없었다. 나라에서는
그속에는 가정의 꽃, 사회의 꽃, 혁명의 꽃이라는 가슴벅찬 의미가 깃들어있다. 그러나 자기는 이날까지 너무도 잘 안다고 생각했던 그 말의 의미를 모르고 살았다.
언니가 자신이 가정의 꽃으로도 피여야 함을 애써 외면해왔다면 자기는 오직 한가정만의 행복을 가꾸는 온실속의 꽃이 되고저 의식적으로 혁명이 맡겨준 자기의 초소를 리탈하려고 한것이다. 가정의 꽃이 되겠다고 나라일을 저버리려 한것이다.
더 무서운것은 자기가 그것을 어쩔수 없는것으로, 있을수 있는 너무도 당연한 일로 생각한것이다. 안해가 없는, 어머니가 없는 가정의 행복을 생각할수 없듯 녀성이 없는 나라의 부강을 생각할수 있단 말인가.
혁명의 한쪽수레바퀴를 맡겨준
《수옥아!》
수옥은 머리를 들었다. 일일초화분을 두손으로 받쳐든 언니가 서있었다.
《이 화분을 나에게 기념으로 안 주겠니? 꼭같은걸 다시 구해다주마.》
수옥은 도리머리를 저었다.
《아니, 안돼. 난 아직 언니의 당부를 지키지 못했어. 내가 언니에게 꼭같은 화분을 선물할게.》
수옥은 손수건으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아득한 높이에서 자기를 내려다보고있는듯싶은 언니에게 진정으로 말했다.
《언니, 날 용서해. 난 의사일을 그만두려 했댔어. 하지만 래일부터 난 의학대학졸업생답게 새로운 수술방법을 계속 연구할테야. 정말이야. 나도 언니처럼 진짜 꽃으로 필테야.》
《수옥아!》
《언니야!》
자매의 목소리가 밤대기를 누르며 한편의 서정시처럼 울렸다. 꼭 껴안은 자매사이에서 일일초꽃송이들이 짙은 향기를 뿜어올리고있었다.
*
한달후 뜻깊은 당창건일을 맞으며 수정은 만사람의 축복속에 결혼식을 하였다. 사실 수정은 결혼식을 조용히 하려고 했었다. 마흔이 다 됐는데 뭐 그리 자랑할 일이여서 소문을 크게 내겠는가, 부끄럽다는것이였다.
그런데 결혼식날 아직 해도 뜨기 전에 부조장 성철이가 연구조성원들을 휘동하여 들이닥쳤다. 좀 있더니 이번에는 학생들이 꽃다발과 기념품을 안고 들어섰고 강좌와 대학의 책임일군들까지 나타났다.
《수정선생,우리 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오? 15년, 그래 15년을 기다렸지.》
머리가 희슥희슥한 학장선생이 수정의 손을 꼭 잡으며 하는 말이였다. 그것이 어찌 학장선생 하나만의 마음이였으랴.
혈육들, 이웃들, 스승들과 제자들, 이 고마운 땅에서 함께 사는 모든 사람들, 그들을 모두 품어안은 어머니조국의 간절한 소원이 아니란 말인가. 성철은 성철이대로 눈물이 글썽해서 롱담을 했다.
《에이, 이젠 최선생님 이 3.8절날 제일먼저 달아나겠군. 이제야 좀 숨이 나가는데.》
《편안해질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요. 하나도 달라질게 없으니까요.》
고집스러운 수정의 말에 웃음이 터져올랐다.
어떻게 알았는지 양말공장 지배인이 승용차와 뻐스를 끌고 들이닥쳤다. 자기네 정양소에서 혁신자들을 축하하는 모임 겸 결혼상을 다 차렸으니 가자는것이였다.
인생에 다시없을 행복한 순간이였으나 수정은 울었다. 수옥이도 울었다. 그러나 결혼사진을 찍을 때 신랑신부는 보다 행복해질 앞날을 그리며 한점 그늘없이 활짝 웃었다.
…2년후 수정이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 의 사랑과 믿음에 의해 우리 시대 녀성과학자의 전형으로 높이 떠받들렸을 때 그는 생각하였다.
(일을 더 많이 해야 하겠구나.)
그날 수정의 부부는 책방에 가서 책을 샀다.
《조종기계학》과 《훌륭한 어머니가 되기 위하여》였다.
그런 언니를 보며 수옥은 결혼식날 언니네 학급장이 읊던 즉흥시를 마음속에 떠올렸다.
사랑을 하라 사랑을 해도
불길처럼 뜨겁게
자기를 바치라 바쳐도
심장을 다하여 깡그리
오! 조국은 그가 바친 창조물보다
그 창조물에 깡그리 바친 사랑의 심장
애국의 심장을 더 사랑하더라!
…창가에서 일일초가 웃고있었다. 열매를 그리는것이리라.
그런데 결혼식날 아직 해도 뜨기 전에 부조장 성철이가 연구조성원들을 휘동하여 들이닥쳤다. 좀 있더니 이번에는 학생들이 꽃다발과 기념품을 안고 들어섰고 강좌와 대학의 책임일군들까지 나타났다.
《수정선생,
머리가 희슥희슥한 학장선생이 수정의 손을 꼭 잡으며 하는 말이였다. 그것이 어찌 학장선생 하나만의 마음이였으랴.
혈육들, 이웃들, 스승들과 제자들, 이 고마운 땅에서 함께 사는 모든 사람들, 그들을 모두 품어안은 어머니조국의 간절한 소원이 아니란 말인가. 성철은 성철이대로 눈물이 글썽해서 롱담을 했다.
《에이, 이젠 최
《편안해질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요. 하나도 달라질게 없으니까요.》
고집스러운 수정의 말에 웃음이 터져올랐다.
어떻게 알았는지 양말공장 지배인이 승용차와 뻐스를 끌고 들이닥쳤다. 자기네 정양소에서 혁신자들을 축하하는 모임 겸 결혼상을 다 차렸으니 가자는것이였다.
인생에 다시없을 행복한 순간이였으나 수정은 울었다. 수옥이도 울었다. 그러나 결혼사진을 찍을 때 신랑신부는 보다 행복해질 앞날을 그리며 한점 그늘없이 활짝 웃었다.
…2년후 수정이
(일을 더 많이 해야 하겠구나.)
그날 수정의 부부는 책방에 가서 책을 샀다.
《조종기계학》과 《훌륭한 어머니가 되기 위하여》였다.
그런 언니를 보며 수옥은 결혼식날 언니네 학급장이 읊던 즉흥시를 마음속에 떠올렸다.
사랑을 하라 사랑을 해도
불길처럼 뜨겁게
자기를 바치라 바쳐도
심장을 다하여 깡그리
오! 조국은 그가 바친 창조물보다
그 창조물에 깡그리 바친 사랑의 심장
애국의 심장을 더 사랑하더라!
…창가에서 일일초가 웃고있었다. 열매를 그리는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