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품들을 감상해보십시오 - 서고
단편소설 《기폭에 빛나는 별》(5)
주체110(2021)년 출판

  어느날 중학시절 함께 체육소조에 다니던 옛동무가 찾아왔다. 그는 졸업하면서 압록강체육단에 들어간 홍일국이였다. 점심시간에 창혁을 불러낸 일국은 공원으로 그를 이끌었다.
  오래간만에 만난 둘은 공원에서 서로 얼싸안고 돌아갔다. 상봉의 환희가 끝나자 일국은 자기가 메고온 체육인가방에서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식료품들을 꺼내놓았다.
  《창혁이, 배고팠지? 내가 뭘 가져왔나 보라구.》
  창혁은 그 큰 눈이 아예 휘둥그래졌다. 일국이가 펼쳐놓은 음식들은 이름난 상점들에서도 보기 드문 고급식료품들이였다. 그 음식들을 보는 순간 허기졌던 창혁의 배가 세차게 소용돌이쳤다.
  그는 고급빵 하나를 덥석 집어들었다. 입에다 넣고 한웅큼 베여 꿀떡 삼키는데 목이 다 꽉 메였다. 빵이 넘어가지 않아 그가 가슴을 두드리자 일국은 웃으며 사이다를 권했다.
  창혁은 하나를 다 먹고 또 집어들다가 어머니가 생각나서 무춤 굳어졌다. 빵은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그래서인지 어머니는 빵을 즐겨만들었다. 집식구들도 빵을 좋아했지만 창혁이는 그렇지 않았다. 어머니는 빵을 하는 날이면 창혁이가 먹을 음식을 따로 만들군 했다. 누나와 형들은 그를 보고 《특수》라고 욕했지만 어머니는 오히려 창혁이에게 미안해하였다. 그가 싫어하는 빵을 만드는것이 어머니로서는 죄스러웠던것이다. 그러면서도 혹시 빵을 좋아하게 되지 않을가 하는 기대감으로 매번 새롭고 다양하게 만들어서 그에게 먼저 맛을 보이군 하였다.
  어머니는 안 만들어본 빵이 없었다. 강냉이빵, 밀빵, 보리빵 등 낟알재료가 다른 빵은 물론 증기빵, 말이빵, 팥소빵, 지짐빵, 가락지처럼 생긴 고리빵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형식의 빵들도 만들어서 첫 검식을 창혁이에게 시켰다. 어머니의 성의를 봐서 겨우 한개를 먹어본 창혁이가 《아니, 더 안 먹겠어요.》라고 할 때면 어머니는 《우리 창혁이에게 또 불합격이 되였구나. 언제면 합격될가?》하고는 근심에 잠기군 했다. 그러던 창혁이가 식성이 바뀌여 빵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그때가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기 전이니 창혁이가 인민학교에 다닐 때였다.
  어느날 창혁은 학교에서 동무가 가져온 남새빵을 맛보게 되였다. 빵을 싫어하는 창혁이였지만 그 남새빵만은 정말 맛있었다. 한입 물면 구수한 가루맛과 남새향기가 함께 어울려 입안에 흘러들고 씹으면 고소한 고기가 맛을 돋구는 그 진미에 창혁은 세개나 게눈 감추듯 해버리고 냠냠해서 입을 다셨다.
  그날 저녁 창혁은 어머니에게 뻐기듯 소리쳤다.
  《어머니, 나 오늘 빵을 먹었어요!》
  《빵을?! 무슨 빵이냐? 맛이 있던?》
  《예, 기가 막혔어요. 남새빵인데 야, 또 먹고싶어요.》
  어머니는 그날중으로 남새빵을 만들었다. 그 빵을 맛본 창혁은 실망했다. 자기가 잊지 못하는 빵맛이 아니였던것이다. 그의 거동에서 이것을 간파한 어머니는 한숨을 쉬였다. 그 한숨속에 뒤따를 어머니의 로고를 창혁은 알수 없었다.
  어머니는 맛있게 먹었다는 그 빵기술을 배우려고 창혁이의 동무네 집에 찾아갔다.
  사연을 들은 동무 어머니가 혀를 차며 말했다.
  《그래서 오셨단 말이예요? 어쩌나, 그건 상업대학을 나온 우리 동생이 놀러왔다가 만들어준것인데 난 배워두지 않았지요.》
  《동생이 어디 사나요?》
  《여기서 삼십리 떨어진 시교외에서 살아요.》
  어머니는 미안한 어조로 부탁했다.
  《주소와 편지를 써주면 제가 갔다오지요. 좀 도와주세요.》
  동무 어머니는 눈발이 날리는 하늘을 걱정스레 바라보며 말했다.
  《동생이 오면 그때 알려주지요. 오늘은 날씨도 사나운데…》
  어머니는 흔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친 걸음이니 이제 갔다오겠어요.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빵을 만들수만 있다면 삼십리가 아니라 만리라도 갔다오고싶은 맘이예요.》
  어머니는 그날 눈보라길을 걸으면서 발에 심한 동상을 입었다.
  다음날 어머니가 배워가지고온 기술로 다시 남새빵을 만들었을 때 창혁은 정말 맛있게 먹었다.
  《이제야 창혁이에게 합격이 되였구나.》
  어머니는 그날 아들을 바라보며 만시름이 풀린듯 환한 미소를 지었었다. 그때부터 어째서인지 창혁은 식성이 바뀌여 빵을 좋아하게 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