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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도적을 잡아낸 소년》
  옛날에 어느 한 황아장사군이 길을 가고있었습니다.
  황아장사란 담배쌈지나 바늘, 실같은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파는 사람입니다.
  그날 황아장사군은 말파리에 짐을 한가득 싣고 가게 되였습니다.



  황아장사군이 어느 한 고개마루를 오르는데 앞에서 웬 사람이 다리를 절룩거리며 가고있었습니다.
  황아장사군은 그 사람이 측은하게 생각되였습니다.
  《여보시오, 앞에서 가는 나그네. 거기 좀 서시오.》
  《왜 그러시우?》
  앞에서 가던 나그네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몹시 지친 모양인데 내 말을 타고 가는데까지 가구려.》하고 황아장사군이 말했습니다.
  《참, 고마운분이군요. 그런데 짐도 많이 실었는데 어떻게 타겠나요.》
  그 사람은 미안해하였습니다.


 
  《이래뵈두 이 말이 힘깨나 쓰는 놈이라우. 보아하니 임자 몸도 그리 무거울것 같지 않으니 사양말고 어서 타오.》
  그 사람은 몇번 사양하다가 황아장사군이 거듭 권하자 말우에 올라앉았습니다.
  황아장사군은 말파리뒤에서 따라갔습니다.
  얼마쯤 가다가 말우에 앉은 나그네가 말했습니다.
  《내 전에는 말 잘타기로 소문이 났었수다. 몇해만에 말을 타보니 괜히 달려보고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렴치없는 말이기는 하지만 좀 달려봐도 괜찮을가요?》
  인심좋은 황아장사군은 별다른 생각이 없이 《어서 그러게.》하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놀라운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얼마쯤 달리던 나그네가 말한테 모질게 채찍질을 하더니 외딴길로 냅다 달아빼는것이였습니다.
  《이놈아, 게 섰거라.》
  그제야 제정신을 차린 황아장사군이 그놈을 뒤쫓아 달려갔지만 좀처럼 따를수가 없었습니다.
  《이 날강도놈아, 내 밑천을 몽땅 가지고 달아나면 난 장차 어떻게 하란 말이냐? 이놈아, 달아나도 네 이름이라두 좀 대주고 가려마!》
  그러자 도적은 저 멀리에서 《내 성은 개물주다 남은것이구 이름은 낟알털다 남은것이요.》하고 알지 못할 소리를 줴쳤습니다.
 


  황아장사군은 너무 어이없어 말이 나가지 않았습니다.
  황아장사군은 도적놈을 불쌍히 여겨 말까지 태워준 자신을 몹시 후회하며 또 물었습니다.
  《네놈은 대체 어디서 사느냐?》
  《가시속에 알찬 곳이요.》
  도적놈은 냅다 뺑소니를 치고말았습니다.
  황아장사군은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세상에 도적이면 이런 날도적이 어데 있겠습니까.
  황아장사군은 어떻게든 물건을 찾으려고 고을원을 찾아가 자기의 억울한 사정을 말하였습니다.
  황아장사군의 말을 듣고난 원은 그를 동정할 대신 성이 나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개물주다 남은것, 낟알털다 남은것, 가시속에 알찬 곳, 이게 대체 무슨 도깨비같은 소리냐? 네놈이 나를 희롱하는것이 분명하구나. 여봐라, 이놈에게 정신이 번쩍 들게 매를 되게 쳐서 내쫓아라!》
 


  가엾은 황아장사군은 물건을 잃은데다 매까지 되게 맞았습니다.
  황아장사군은 절뚝거리며 집으로 돌아가고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을어귀에서 아이들이 원님놀이를 하고있었습니다.
  황아장사군은 쓸쓸한 마음을 달래고싶어 아이들이 원님놀이하는것을 잠시 구경하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원》이 된 아이가 황아장사군을 보더니 《저 길손의 얼굴에 걱정이 잔뜩 어린걸 보니 어데 마음이 상한데가 있음직하니 어려워말고 그 사연을 말할지어다. 내 풀어줄지 어이 알고.》하고 말하는것이였습니다.
  황아장사군은 하도 속이 상하고 하소연할데가 없는 처지에서 어린 《원》에게라도 속시원히 말하고나면 마음이 후련해질것 같아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자초지종 다 이야기했습니다.
  어린 《원》은 황아장사군이 하는 말을 몇번 되뇌이며 생각에 잠기더니 《듣거라. 개물주다 남은것이란 바가지밖에 더 있겠느냐. 그러니 그놈의 성은 박가이고 낟알털다 남은것은 도리깨가 아니겠느냐. 그리고 가시속에 알찬것이란 밤알이 분명하니 밤나무골에 가서 박도리깨라는 놈을 찾으라!》하고 어렵지 않게 대주었습니다.



  황아장사군은 날듯이 기뻐 밤나무골에 가서 박도리깨라는 사람을 찾아봤더니 과연 그런 놈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나어린 소년의 지혜에 의해 도적놈은 잡히게 되였고 황아장사군은 잃었던 말과 물건들을 되찾게 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