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끝나지 않은 항로》 (16)
주체108(2019)년 출판
강규성의 자식들에게 아버지처럼 훌륭한 일군이 되여야 한다고 간곡히 당부하신 그이께서는 눈가에 가랑가랑 물기가 맺혀있는 세살잡이 어린 손자의 앞에서 걸음을 멈추시였다.
강규성이 격세유전이라며 신통히도 자길 닮았다고 그리도 사랑하던 손자를 다시는 안아볼수 없다는 생각에 또다시 가슴이 미여져오시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허리를 굽히시고 사랑하는 전사의 살붙이를 뜨겁게 안아주시였다.
아직은 생이 무엇이고 죽음이 무엇인지 다는 모르는 철부지어린애였건만 그이께서 부어주시는 피보다 진한 정이 너무도 따뜻해 세살잡이 손자는 《아버지…》하고 목놓아 부르며 그이의 옷자락에 눈물을 쏟뜨렸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또다시 솟구치는 슬픔을 누르지 못하시고 손자애의 볼에 자신의 볼을 몇번이고 비비고 또 비비시였다.
《할아버지처럼 꼭… 훌륭한 사람이 되여야 한다.》
그이께서 갈리신 음성으로 이렇게 말씀하시자 장내에는 끝내 오열이 터졌다.
오, 혈육의 정이여.
피보다도 더 진하고 불보다도 더 뜨거운 위인의 눈물이여.
가슴이 미여지는듯 한 슬픔을 안으시고 조의식장을 나서시던 김정은동지께서는 문가에 이르시자 다시금 걸음을 멈추시였다.
그리고는 돌아서시였다. 이제는 영영 강규성을 보실수 없다는 생각에 또다시 눈앞이 캄캄해짐을 느끼시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발걸음을 돌리시여 전사의 령전으로 향하시였다.
《규성이…》
그이께서는 자신의 볼을 누워있는 전사의 얼굴에 가져다대이시였다.
싸늘히 식은 볼에 느껴지는 차거운 랭기를 부정하듯 한없이 고지식한 강규성의 목소리가 금시 귀가에 들려오는것 같았다.
《경애하는 원수님, 이러시면… 정녕 이러시면 전… 마음편히 못 떠납니다. 제발…》
《강규성동무, 고이 잠드시오. 우리 당은 나라의 항공운수발전에 기여한 동무의 공로를 잊지 않을것이요. 당에 대한 충실성을 영원히 기억할것이요.》
김정은동지께서는 뜨거이, 뜨거이 말씀하시였다.
바로 그 순간 그이께서는 강규성을 위하여, 사랑하는 전사를 위하여 그 무엇인가 더 해주고싶었던 바로 그것에 대하여 생각하시였다.
대기실에 나오신 김정은동지께서는 일군들을 가까이 부르시였다.
《강규성총국장의 령구를 애국렬사릉에 안치하도록 합시다. 평양국제비행장의 하늘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그 언덕에 바로 그의 비를 세워줍시다.》
김정은동지의 절절한 말씀을 수첩우에 적어나가는 림광호의 눈가에 뜨거운것이 솟구쳐올랐다. 영생하는 삶, 영생하는 전사…
듣고있소, 규성이? 동무의 사랑의 전부였고 생의 전부였던 저 푸른 하늘과 비행장이 한눈에 보이는 바로 그곳에 생의 종착점을 아니, 영생의 시작점을 잡았단 말이요. 동문 결코 불시착륙한게 아니야.…
그이의 고귀한 혁명적의리앞에 일군들은 참고참았던 눈물로 수첩을 적시였다.
《강규성총국장동무의 자식들을 아버지처럼 당과 수령에게 충실한 일군으로 키웁시다. 당위원회에서 책임지고 유가족들의 생활을 잘 돌봐주어 그들이 사업과 생활에서 자그마한 불편도 느끼지 않게 해주어야 하겠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장례식장을 나서신 길로 승용차에 오르시였다.
그리고는 눈물이 글썽하여 앉아있는 운전사에게 이르시였다.
《평양국제비행장으로 갑시다.》
×
잠시후 평양국제비행장 푸른 상공우로 기수를 쳐든 비행기 한대가 은백색의 비행운을 아로새기며 날아올랐다.
책임승조장의 자리에 앉으신 김정은동지의 옆좌석에는 누런 금테를 굵게 두른 민용항공총국장 강규성의 군모와 그의 유물인 붉은 수첩이 놓여있었다.
(강규성이, 동문 늘 나에게 불시착륙을 하였소. 내가 그리워서… 또 내게 기쁜 소식을 알리고싶어서 그리고 나의 걱정을 덜어주고싶어서 한달음에 달려오군 하여 나를 깜짝 놀래우군 했지. 그런데… 영영 다시는 내게 돌아올수 없단 말이요, 응? 규성이!)
시창아래로 애국렬사릉이 보였다.
그이께서 언제나 못 잊어하시는 사랑하는 전사들의 모습이, 자신의 심장 가장 가까이에 영생하는 동지들의 모습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불현듯 김정은동지께서는 살아있는 강규성의 모습을 보신듯 했다.
애타는 그리움의 절정이 만들어낸 환영이였건만 그이께서는 환생한 전사의 얼굴을 분명히 보신것만 같으시였다.
《강규성이, 동무의 한생은 결코 불시착륙을 한것이 아니야. 나의 마음속에, 나의 옆자리에 이렇게 앉아있질 않나. 동무는 나의 영원한 승조원이야. 설사 저 푸른 하늘엔 끝이 나는 항로가 있을수 있어도 전사의 생의 항로는 결코 끝나지 않아.…》
값높은 전사의 삶을 빛내여주신 그이의 숭고한 경의앞에 드리는 감사이런듯 맑고 푸른 애국렬사릉의 하늘가에 은빛비행운이 감돌고 또 감돌며 아름답게 수놓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