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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끝나지 않은 항로》 (5)
주체108(2019)년 출판

  (강규성동무, 그때처럼 이밤 나를 찾아와줄수 없겠소? 보고싶소. 정말 보고싶소.)
  김정은동지께서는 이밤 못견디도록 강규성이 보고싶으시였다.
  한밤중이라도 자신께서 부르시면 종주먹을 쥐고 한달음에 달려오던 무한히 고지식하고 더없이 충직했던 일군…
  언젠가 김정은동지께서는 조선소년단창립 경축행사에 참가할 북부지역 소년단대표들을 민항비행기들로 실어올데 대한 중요과업을 민용항공총국에 주신적이 있으시였다.
  쉽게 주신 과업이 아니였다. 하늘처럼 떠받드신 인민의 아들딸들을 하늘길로 실어오는 문제여서 몇번이고 생각을 거듭하시였다. 하늘길은 철길이나 배길과는 다른것이다. 강규성을 찾으시려다 다시, 또다시 생각해보시였다.
  《규성동무, 난 동무에게 내가 제일 사랑하는 아니, 나의 전부와도 같은 아이들을 맡기오.》
  강규성은 근엄한 낯빛으로 그 과업을 무겁게 받아안았던것이다.
  그때 강규성은 한두명도 아닌 2천명이 넘는 아이들을 태운 마지막비행기가 무사히 도착할 때까지 비행지휘소에서 하루낮, 하루밤을 밝혔다고 한다.
  비행조직과 지휘, 마중사업을 비롯해서 치밀한 작전지휘를 하느라 눈코뜰새가 없었건만 그는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려앉을 때마다 제일먼저 달려가 소년단대표들을 맞이했다.
  행복의 웃음발을 날리며 비행기에서 내리는 아이들, 뜨겁게 맞이하는 당과 국가의 책임일군들, 선발차의 안내를 받으며 시내를 향하여 달리는 수십대의 뻐스들…
  《경애하는 원수님, 하늘에 비행기가 날기 시작한이래 처음 있는 사변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산골마을 아이들이 저 하늘을 날아 평양에 왔습니다.》
  환희에 찬 강규성의 목소리는 젖어있었다.
  보시던 문건도 덮으시고 중요한 모든 사업을 뒤로 미루시고 기다리시던 그 시간들이 천년처럼 느껴지시던 그때 그이께서는 새벽녘 그 전화를 받으시고 끝내 눈가에 손수건을 가져가시였다.
  《수고했습니다. 민용항공총국에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주고싶은 나의 마음을 풀어주었구만. 오늘 밤엔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자겠소.》
  《경애하는 원수님, 벌써 새날이…》
  강규성은 울음을 삼켰다.
  《아, 그러고보니 벌써 동이 터오는구만. 참으로 보람있는 밤이였소. 우리 아이들은 이날을 어른이 되여도 영원히 잊지 않을겁니다. 바로 이런 멋에 혁명도 하는게 아니요. 아이들이 보고싶소.》
  강규성은 서둘러 대답을 드렸다.
  《경애하는 원수님, 제가 비행장에 나가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이제 곧 올려보내겠습니다.》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무등 반가우시여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사진을 찍었단 말이지요. 잘했습니다. 그런데 올려보낸다는건 무슨 소리입니까? 아니, 동무가 직접 여기로 가져오시오. 함께 사진을 봅시다.》
  그이께서는 송수화기를 놓으시려다가 마음이 급해나시여 다시 이르시였다.
  《강규성동무, 빨리 와야 합니다.》
  그날 강규성은 비행기에서 내리며 울고웃는 소년단원들의 모습을 찍은 수십장의 사진을 가지고 한달음에 자신의 집무실로 달려왔었다.
  어떻게 맞으셨던가.
  원수님께서는 강규성을 와락 그러안으시였다.
  《수고했소.》
  원수님께서는 강규성의 땀에 젖은 정복잔등을 쓸어보시며 젖은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고맙소, 총국장동무!》
  그때의 사진 한장, 한장이 아직도 집무실탁우에 놓여있는데… 그와 함께 한장을 번지고 웃고 또 한장을 번지며 만시름을 잊고 웃던 그밤이 생생히 가슴에 새겨져있는데… 
  정말 이밤이라도 자신께서 부르기만 하신다면 그때처럼 달려올수 있지 않을가. 그밤처럼, 그 새벽처럼…
  눈물이 자꾸 앞을 가리워 앞시창이 내다보이지 않으시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차를 멈추시고 밖으로 나서시였다.
  휘익- 불어치는 찬바람이 외투자락을 붙안고 모지름을 떨었으나 그이께서는 전혀 그것을 느끼지 못하신듯 길녘을 거니시였다.
  저 멀리 평양국제비행장의 불빛이 안겨들었다.
  정기항로로 들어서는 려객기가 착륙을 앞두고 불빛을 깜빡이며 활주로진입을 위한 선회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제서야 그이께서는 길을 잘못 들었다는것을 깨달으시였다.
  강규성을 찾아 떠나신 길이 그만에야 그가 평소에 늘 있군 하던 국제비행장으로 향하신것이다.
  그전같으면 아마 지금쯤 민용항공총국장 강규성이 비행장정문앞까지 달려나와 그이를 마중했을것이라는 생각에 그만 눈굽이 저려나시였다.
  (강동무, 어쩌면 그리도 무정하오. 난 건강한 동무가 보고싶었소, 건강한 동무가…)
  불현듯 그이의 눈앞에 정복을 단정히 입은 강규성의 름름한 모습이 어려오시였다.
  《경애하는 원수님, 죄송합니다. 전 이번에도 원수님의 믿음을 저버리고 또 불시착륙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