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끝나지 않은 항로》 (6)
주체108(2019)년 출판2
《
대기실 의자에 앉아 눈굽이 벌깃해서 앉아있던 민용항공총국의 림광호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심장을 쿡 움켜쥐는듯한 무서운 예감을 뿌리치시듯 그를 한켠으로 밀어내신
순간 눈가에 하얀 백포속에 잠자듯 누워있는 전사의 모습이 안겨드시였다. 순박하고 강인해보이던 낯익은 전사의 얼굴엔 지치고 피곤한 사람들이 잠들었을 때 흔히 볼수 있는 그러한 평온하고도 부드러운 빛이 비껴있었다.
분명히 전사는 잠들어있었다.
피곤에 몰려, 일에 지쳐… 그만에야 깊은 쪽잠에 든것이다.
등뒤에서 입을 막고 흑흑― 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그는 잠들었다. 자신께서 한번만 부르면 자리를 차고 벌떡 일어설것이다. 그렇게 믿고싶으시였다. 정녕 믿고싶으시였다.
《규성동무, 내가 왔소.
어째서 강규성이 일어나지 않는가? 자신께서 부르시면 야밤삼경이라도 종주먹을 부르쥐고 달려오군 하던 그가… 너무 깊은 잠에 들어 부르는 내 목소리를 못 들었는가. 규성이, 눈을 뜨오. 내가 왔는데, 이
내가 맡겨준 저 넓은 하늘은 어디다 두고 이렇게 좁디좁은 침대우에 등을 대고 누워있는거요? 이렇게 쉽게 정을 떼자고, 이렇게 내 속을 태우자고 지금껏 아프다는 말 한마디 없이, 가겠다는 말 한마디 없이 여기에 왔소? 강규성이…
더는 억제할수 없는 충동에
싸늘하게 식은 전사의 몸에 자신의 열혈을 주신다면, 멎어버린 심장에 높뛰는 자신의 박동을 이어주신다면 명상에 잠긴듯 고요히 잠들었던 강규성이 금시라도 깨여 일어날것만 같으시였다.
《강규성이, 어서 눈을 뜨오.》
품에 안은 전사를 흔드시며 절통해하시는
눈물방울이 백포우에 떨어져내렸다.
점점이 떨어져내리는 눈물이 흰 천을 물들이며 퍼져나갔다.
《
생시와 전혀 다를바없는 전사의 두볼을 거듭 쓰다듬으시다가 또다시 한품에 안으시며 뜨거운 눈물을 쏟으시는
연해연방 눈굽을, 넘어나는 눈물을 닦아내며 림광호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부르짖었다.
규성동무, 어쩌면 그리도 무정하단 말이요? 지금
동문 늘 말하군 하지 않았소.
과연 그 누가
얼마후
강규성총국장은 항공운수사업을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더욱 발전시킬데 대한
그러던 그는 끝내 과도한 정신육체적피로에 의한 심장의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무실책상우에 쓰러졌다.
《제가 전화를 받고 급히 방에 달려갔을 땐 그가 이미 책상우에 쓰러져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손에는 이 수첩이…》
림광호는 눈물을 훔치고나서 품속에서 자그마한 수첩을 꺼내들었다.
퍼그나 눈에 익은 수첩이였다.
수첩뚜껑을 번지시자 강인하면서도 고지식한 그의 성격을 말해주듯 또박또박 박아쓴 글씨가 눈에 안겨드시였다.
붉은 밑줄을 그어놓은 글줄뒤에는 《항구적으로 틀어쥐고나갈것.》 이라는 글자가, 푸른 밑줄을 그어놓은 글줄뒤에는 《수행하였음.》이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새로 받아안은 과업들에는 언제까지 무조건 수행하여야 한다는 굵게 덧글한 날자가 또렷이 적혀있었다.
《
목메여 아뢰이는 림광호의 목소리가 징― 하고 고막에 전류를 일으키며
정이 깊으면 천리밖에서도 그 목소리를 듣는다고 했던가?
방금전 평양국제비행장 도로앞에서 환영속에 들으시였던 강규성의 목소리를 림광호를 통해 진짜로 듣게 되실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