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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끝나지 않은 항로》 (6)
주체108(2019)년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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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동지께서 타신 승용차가 병원에 들어서신것은 새벽 2시를 가까이할 무렵이였다.
  그이께서는 정문앞에서 기다리던 병원일군들의 안내도 마다하시고 계단을 성큼성큼 밟으시여 조급하신 마음으로 소생실에 들어서시였다.
  《경애하는 원수님…》
  대기실 의자에 앉아 눈굽이 벌깃해서 앉아있던 민용항공총국의 림광호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심장을 쿡 움켜쥐는듯한 무서운 예감을 뿌리치시듯 그를 한켠으로 밀어내신 김정은동지께서는 막아서는 의사를 떠밀고 소생실안으로 들어서시였다.
  순간 눈가에 하얀 백포속에 잠자듯 누워있는 전사의 모습이 안겨드시였다. 순박하고 강인해보이던 낯익은 전사의 얼굴엔 지치고 피곤한 사람들이 잠들었을 때 흔히 볼수 있는 그러한 평온하고도 부드러운 빛이 비껴있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저도 모르게 한걸음 뒤로 물러서시며 사려깊은 눈길로 사랑하는 전사의 모습을 굽어보시였다.
  분명히 전사는 잠들어있었다.
  피곤에 몰려, 일에 지쳐… 그만에야 깊은 쪽잠에 든것이다.
  등뒤에서 입을 막고 흑흑― 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정은동지께서는 그 순간에야 눈앞에 펼쳐진 엄연한 현실을 다시 감각하시였다. 믿기 어려우시였다.
  아니, 그는 잠들었다. 자신께서 한번만 부르면 자리를 차고 벌떡 일어설것이다. 그렇게 믿고싶으시였다. 정녕 믿고싶으시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그것을 확인하시려는듯 사랑하는 전사의 곁으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시였다.
  《규성동무, 내가 왔소. 김정은이 왔소. 어서 일어나오!》
  김정은동지의 비통하고도 준절한 부름에 소생실에서는 끝내 울음바다가 터졌다.
  어째서 강규성이 일어나지 않는가? 자신께서 부르시면 야밤삼경이라도 종주먹을 부르쥐고 달려오군 하던 그가… 너무 깊은 잠에 들어 부르는 내 목소리를 못 들었는가. 규성이, 눈을 뜨오. 내가 왔는데, 이 김정은이 왔는데…
  그이께서는 그토록 믿으려 했던 아니, 믿고싶었던 마음속 한가닥 희망의 금선마저 툭 하고 끊어져나가는것 같은 느낌이 드시였다.
  내가 맡겨준 저 넓은 하늘은 어디다 두고 이렇게 좁디좁은 침대우에 등을 대고 누워있는거요? 이렇게 쉽게 정을 떼자고, 이렇게 내 속을 태우자고 지금껏 아프다는 말 한마디 없이, 가겠다는 말 한마디 없이 여기에 왔소? 강규성이…
  더는 억제할수 없는 충동에 김정은동지께서는 비분의 눈물을 쏟으시며 두팔을 벌려 누워있는 전사를 와락 품에 안으시였다.
  싸늘하게 식은 전사의 몸에 자신의 열혈을 주신다면, 멎어버린 심장에 높뛰는 자신의 박동을 이어주신다면 명상에 잠긴듯 고요히 잠들었던 강규성이 금시라도 깨여 일어날것만 같으시였다.
 《강규성이, 어서 눈을 뜨오.》
  품에 안은 전사를 흔드시며 절통해하시는 김정은동지의 눈가에 크나큰 슬픔과 상실의 아픔이 어린 눈물이 슴새여올랐다.
  눈물방울이 백포우에 떨어져내렸다.
  점점이 떨어져내리는 눈물이 흰 천을 물들이며 퍼져나갔다.
  《원수님…》
  생시와 전혀 다를바없는 전사의 두볼을 거듭 쓰다듬으시다가 또다시 한품에 안으시며 뜨거운 눈물을 쏟으시는 그이의 모습을 우러르며 의사들도 간호원도 큰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연해연방 눈굽을, 넘어나는 눈물을 닦아내며 림광호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부르짖었다.
  규성동무, 어쩌면 그리도 무정하단 말이요? 지금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동무를 부르시오. 동무를 붙안고… 눈물을 흘리신단 말이요.
  동문 늘 말하군 하지 않았소. 원수님께 오직 기쁨만을 드리는것이 전사의 도리이고 의무라고. 그런데 지금은 어째서 말 한마디 없는거요?
  과연 그 누가 원수님의 저 아픔을 덜어드릴수 있는가?  어디 대답 좀 해보라구, 이 무정한 사람아…
  얼마후 김정은동지께서는 대기실에 앉으시여 눈가에서 손수건을 떼지 못하신채 림광호의 말을 듣고계시였다.
  강규성총국장은 항공운수사업을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더욱 발전시킬데 대한 경애하는 원수님의 명령관철을 위해 며칠밤을 사무실에서 밝혔다고 한다.
  그러던 그는 끝내 과도한 정신육체적피로에 의한 심장의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무실책상우에 쓰러졌다.
  《제가 전화를 받고 급히 방에 달려갔을 땐 그가 이미 책상우에 쓰러져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손에는 이 수첩이…》
  림광호는 눈물을 훔치고나서 품속에서 자그마한 수첩을 꺼내들었다.
  퍼그나 눈에 익은 수첩이였다. 그이께서 강규성을 만나주실 때마다 그는 바로 그 수첩을 펼쳐들고 그이의 강령적인 가르치심을 한자한자 새겨 적어넣군 하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사랑하는 전사의 체취가 력력히 풍기는 수첩을 받아드시였다.
  수첩뚜껑을 번지시자 강인하면서도 고지식한 그의 성격을 말해주듯 또박또박 박아쓴 글씨가 눈에 안겨드시였다.
  붉은 밑줄을 그어놓은 글줄뒤에는 《항구적으로 틀어쥐고나갈것.》 이라는 글자가, 푸른 밑줄을 그어놓은 글줄뒤에는 《수행하였음.》이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새로 받아안은 과업들에는 언제까지 무조건 수행하여야 한다는 굵게 덧글한 날자가 또렷이 적혀있었다.
  《경애하는 원수님, 총국장동진 가물가물 흐려지는 의식속에서도 그 수첩을 제게 넘겨주며 자기 대신 경애하는 원수님의 명령을 꼭 관철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자기는 이번에도 경애하는 원수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또 불시착륙을… 흑―》
  목메여 아뢰이는 림광호의 목소리가 징― 하고 고막에 전류를 일으키며 그이의 눈앞에 뿌연 안개발을 뿌려놓았다.
  정이 깊으면 천리밖에서도 그 목소리를 듣는다고 했던가?
  방금전 평양국제비행장 도로앞에서 환영속에 들으시였던 강규성의 목소리를 림광호를 통해 진짜로 듣게 되실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