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나래를 펼치라》(2)
2021년 창작×
《어떻게 된거야? 나한테두 비밀이 있니? 왜 아이들에게 씨원하게 말을 못해줬나 말이야?》학교에서 돌아오던 길에 인성이가 영찬이의 어두운 얼굴을 힐끔 쳐다보며 하는 말이였다.
《말두 말아,
《그건 왜? 무슨 일이 있었니?》
인성이는 눈이 올롱해서 물었다.
영찬이는 며칠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날 누나의 옆에서 공부하고있던 영찬이는 누나가 립체률동영화를 수정하느라 펼쳐놓은 화면을 보게 되였다.
넓고 곧게 뻗어간 고속도로로 질주하며 달리는 경기용차들, 앞을 막아서는 강물, 진펄길, 령길을 극복하며 달리는 차…
(히야! 멋있는데.)
영찬이는 대번에 마음이 끌렸다.
차경주오락은 그가 제일 좋아하는 오락이였다.
그런데 누나가 설정해놓은 차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앞이 뭉툭하게 생긴 맵시쟁이차들이였다.
겉모양이나 멋있어선 뭘하는가? 중요한건 속도를 낼수 있게 모양을 갖추는것이다. 때로는 날아갈수 있게 되여있으면 더욱 좋은것이다.
누나가 자리를 뜬 틈을 타서 영찬이는 누나의 콤퓨터에서 그림화일을 찾아 제일 마음에 드는 차를 골라냈다. 마치 날아갈듯 제비모양을 한 차였다. 그런데 그것을 옮기려고 조작건반을 누르던 영찬이는 깜짝 놀랐다. 동영상화면이 순간에 없어졌던것이다.
(어떻게 된거야?)
바빠난 영찬이는 프로그람창을 펼치고 이것저것 건반을 눌러보았다.
《아니, 너 뭘하니?》
언제 들어섰는지 누나의 맵짠 소리가 귀전을 때렸다.
(아이쿠! 야단났구나.)
영찬의 가슴은 방망이질하듯 쿵쿵거렸다.
콤퓨터의 건반을 눌러보던 누나의 손이 미끄러지듯 맥없이 떨어졌다.
《누나, 안되나?》
숨도 쉬지 못하고 누나의 눈치를 살피던 영찬이가 조심스레 물었다.
누나의 성이 난 얼굴이 홱 돌아섰다.
《널 정말 어쨌으면 좋겠니? 립체률동영화프로그람까지 잃어먹었으니 어쩌면 좋나 말이야? 언제면 그 장난꾸러기버릇을 고치겠어? 이제부터 누나 콤퓨터에 있는 오락에 손댈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아.》
영찬이는 흰 목이 보이도록 머리를 푹 떨구고 아무 말도 못했다.
따발총처럼 쏘아대는 누나의 청높은 목소리에 아래방에서 신문을 읽던
《저 녀석 장난꾸러기버릇은 못 고치는구만.》
부엌에서 설겆이를 하던 어머니도 한마디 했다.
《에구, 언제면 철이 들겠는지.》
그날 밤 영찬이는 뒤치락거리며 잠들지 못했다. 꾸지람을 들은것보다도 아예 콤퓨터에 손대지 말라고 한 누나의 말이 더 싫었다. 사실 프로그람을 전문으로 짜는 누나의 콤퓨터에는 여느 사람들에게 없는 재미있는 오락편집물들이 많았다. 그것을 볼 때면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신기한 환상세계가 그를 못 견디게 잡아끌기도 한다. 이제는 누나의 콤퓨터에 있는 차들의 재미나는 경주랑 신기한 우주려행을 더는 못하겠구나, 그런 재미없는 생활이 얼마나 갑갑할가? 어른들은 왜 장난이라고만 욕을 할가?
영찬이는 길게 한숨을 내쉬였다.
…
《그랬댔구나. 헌데 래일 학급애들한텐 뭐라고 하겠니?》
이번에는 인성이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마치 제가 애들앞에서 대답을 해야 하는것처럼.
《됐어, 오락을 하는것도 아니고 어떤 영화가 있는가 하는것쯤이야 못 보겠니? 오늘 기회를 봐서 한번만 슬쩍하면 돼.》
《그러다 너의 누나한테 또…》
영찬이가 인성이의 눈앞에 손가락을 가져다세웠다.
《까짓거, 마지막이다. 딱 한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