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품들을 감상해보십시오 - 서고
단편소설《은반우에 울린 노래》(8)
2021년 창작

  뒤늦게 방에 들어선 아버지가 지흥이의 발에서 스케트를 벗겼다.
  《이 아버지가 잘못했구나. 스케트는 왜 사줘가지고 우리 지흥이를 욕보였을가?》
  지흥이는 그만 눈을 꾹 감고말았다.
  지흥이는 아픔을 꾹 참고 끙- 일어섰다. 그리고 콩물이 든 통을 들고 말없이 씽- 나와버렸다.
  지흥이가 말없이 수걱수걱 걷기만 하는데 수철이가 뒤쫓아달려왔다.
  《지흥아, 왜 그렇게 찌뿌둥해있니? 무슨 일이 있었니?》
  지흥이는 밑도 끝도 없이 대답했다.
  《다 어머니때문이야. 아니, 누나때문이야, 아버지때문이야.》
  《후- 난 아니구나. 그런데 진짜 누구때문이니? 너 욕먹었니?》
  《사실은 그 스케트때문이야. 난 스케트와 작별하겠어.》
  지흥이의 자초지종을 다 들은 수철이도 호- 하고 한숨을 내쉬였다.
  《나도 작별해야겠구나. 정말 재미있었는데…》
  지붕이 물결처럼 흘러간 청류인민야외빙상장과 청류원은 자기의 멋들어진 모양을 완전히 드러내고 준공의 날도 점점 다가오고있었다.
  아저씨들에게 콩물을 대접하고 돌아올 때 지흥이는 다시한번 빙상장안을 빙 둘러보았다. 집으로 온 다음에는 벽에 걸린 스케트를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흥이는 스케트를 옷장밑에 쑥 넣어버렸다.
  거리에 은행나무잎이 떨어지는 마가을이 왔다.
  지흥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데 수철이가 여느때없이 씩 웃었다. 그것도 몇번씩이나…
  (왜 그럴가? 오늘은 생일날도 아닌데.)
  수철이는 자기 생일날이면 그렇게 행동하군 했다.
  《지흥아, 맞혀봐.…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지흥이는 실뚱해서 대꾸했다.
  《좋은 일이야.》
  《좋은 일? 뭔데?》
  《오늘 나랑 스케트타러 가자는거야.》
  《스케트? 놀리지 말아.》
  무슨 좋은 일일가고 생각을 쫓던 지흥이는 맹랑스레 내뱉았다.
  《정말이야. 우리 아버지가 오늘부터 시운전을 한다구 타러 오랬어.》
  지흥이의 눈은 가로등의 불빛처럼 환해졌다.
  《만세! 수철아!》
  지흥이는 수철이를 버쩍 안아들었다. 수철이는 정말 좋은 동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