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3년, 30년》(10)
2024년 창작《…내가 담임한 학생들에게는 죄를 지은셈이지.》
어머니의 서글픈 고백이 떠오른다. 그 죄책감이 바로 이런것을 념두에 둔것은 아닌지.…
설미가 재촉해서야 나는 상념에서 깨여나 화판에 연필을 갖다댔으나 잘될리가 만무했다. 자주 지우개를 찾지 않으면 안되였던 나는 변명삼아 이렇게 한마디 하였다.
《이거 잘 안되누만. 일단 채색단계에 들어가면 이런 실수가 허용되지 않소, 그건 지울수가 없으니까.》
말해놓고나니 그 별찮은 말이 어떤 심각한 의미를 담은듯하여 나는 설미의 동그란 두눈을 저절로 돌아다보게 되였다. 교육이란 설사 그것이 아무리 낮은 단계의것이라도 결코 연필로 그리는 그림이 아니다. 한번 색이 물들면 지울수도, 다시 덧그릴수도 없는 붓질과도 같은것이였다.
설미는 별로 새겨들은것같지 않았다.
하지만 연필끝을 주의깊게 바라보는 그의 검은 눈동자에서는 화판을 통채로 빨아들일것같은 어떤 타는듯한 갈망이 엿보였다.
이런 《학생》앞에서 함부로 입을 놀려서는 안되는것이다.
《다음주부터는 인물화를 한번 해보기요. 누구든 동무가 대상을 택하오.
나는 저도 모르게 말꼬리를 삼켰다. 불쑥 떠오른 생각이였으나 역시 그속에도 어떤 의도가 숨겨진듯이 느껴져 낯이 가리워났다.
설미는 그답지 않게 대답을 망설인다.
사실 그의 수준에 비하면 너무 무리한 요구이기도 했다.
《왜, 자신없소? 사진보고 그려도 되오.》
이왕 쏟은 물이라 나는 끝까지 고집했다.
마침내 설미의 동그란 눈에 장난꾸러기같은 웃음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해봅시다. 헌데 누구를 그리면 좋을가?》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줄지어 그의 눈앞을 스쳐지나갈것이다. 어쨌든 나는 그가 소학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