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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민화 《흥부와 놀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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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옛날 어느 시골에 흥부와 놀부라는 두 형제가 살고있었습니다.
   그들은 한 피줄을 타고난 형제들이였지만 성질은 서로 같지 않았습니다. 동생 흥부는 마음이 착한데 형 놀부는 욕심이 많고 심술이 사나와 동네방네 소문이 자자하였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면서 두 형제를 불러놓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너희들은 형제간의 의리를 지켜 한집에서 화목하게 살아야 하느니라.》
   형 놀부는 아버지의 말씀을 새겨들을 대신에 그가 세상을 떠나자 동생을 머슴처럼 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마당을 쓸라고 고아대고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기면 모두 흥부에게만 시키였습니다. 그리고 끼니때가 되면 저희들 내외만은 백미밥에 고기국을 먹고 흥부네 식구에겐 멀건 풀죽만 먹이였습니다.
   《엄마, 우리도 백미밥을 먹었으면…》
   하루는 감기를 앓고난 흥부네 막내딸이 죽그릇을 밀어놓으며 칭얼거렸습니다.
   딴 상에서 백미밥을 먹던 놀부가 그 말을 듣더니 서슬이 퍼래서 고아댔습니다.
   《되지못한것들, 아이들만 한구들 낳아놓고 치사스레 구는구나. 당장 짐을 꾸려가지고 나가거라.》
   놀부는 아이들의 성화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흥부네 식구들을 집에서 쫓아내려고 하였습니다.
   《형님, 이 추운 겨울에 어디로 나가라 하십니까. 아이들을 타일러 다시는 밥타발을 안하게 할테니 제발 한집에서 살게 해주옵소서.》
   흥부가 사정하자 놀부의 입에서 침방울이 튀여나왔습니다.
   《이놈, 언제까지 나한테 업혀살테냐. 당장 나가거라.》
   인정사정이란 꼬물만큼도 없는 놀부는 다짜고짜로 흥부네를 한지에 쫓아내였습니다.
   산과 들에 흰눈이 쌓이고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맵짠 겨울이였습니다.
   이 추운 때에 여덟이나 되는 식구들을 오롱조롱 앞세우고 집을 나서자니 흥부는 기가 막혔습니다.
   《이사를 하더라도 동지추위나 지난 다음에 나가게 하여주옵소서.》
   흥부는 다시한번 놀부에게 사정하였습니다.
   《난 워낙 한번 마음먹은걸 물리는 법이 없어.》
   놀부는 무작정 그들을 몰아내였습니다. 아버지가 물려준 재산을 독차지할 욕심으로 놀부는 이사가는 동생에게 짐하나 꾸려주지 않았습니다.
   할수없이 흥부는 밑빠진 솥과 귀떨어진 그릇가지를 주어가지고 한지에 나섰습니다.
   집을 나선 흥부는 갈길이 막막하였습니다.
   놀부의 마음처럼 사나운 바람은 그들을 생나무토막처럼 꽁꽁 얼구려들었습니다.
   들판에 나서자 아이들은 발이 시려 징징 울고 등에 업힌 갓난애는 배가 고파 칭얼거렸습니다.
   《울지 말아. 우리도 초가삼간 지어놓고 보란듯이 살아보자.》
   흥부는 슬피 우는 아이들을 달래였습니다.
   그러나 정작 집을 짓자니 마땅한 터자리가 없었습니다.
   흥부는 두루 생각하던 끝에 해 잘 드는 남향받이에 이사짐을 풀었습니다. 그리고는 나무가지와 돌멩이를 주어다가 자그마한 오두막 한채를 지었습니다.
   사흘만에 집이 솟고 거적두른 굴뚝에서 가느다란 연기가 모락모락 피여올랐습니다.
   그래도 제 집이라 생각하니 흥부는 마음이 즐겁고 아이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바시시 피여났습니다.
   한지나 다름없는 집이 한채 생기기는 하였으나 배고픈 걱정은 가실 길이 없었습니다.
   흥부네 식구들은 모두가 떨쳐나 언땅을 뒤지면서 썩은 감자도 캐고 도토리도 주어다가 겨우 끼니를 에워가군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