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 《골탕먹은 <곧은 목>》
조선봉건왕조때 어느 마을에 《곧은 목》이라고 불리우는 한 량반이 살고있었다. 그는 같잖은 주제에 얼마나 자기를 과신하면서 자고자대하는지 마을사람들이 하는 인사는 물론 로인들이 힘들게 하는 인사까지도 제대로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에게 《곧은 목》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도대체 저놈은 얼마나 잘나서 저렇게 거들먹거릴가?)
마을에 살던 막동이라는 아이는 이런 생각이 들어 사람들을 깔보는 량반을 한번 단단히 골탕먹이리라 결심하였다.
어느날 막동이는 고개길에서 매미잡이를 하다가 《곧은 목》이라는 량반이 팔자걸음을 하면서 틀지게 내려오는것을 보게 되였다.
막동이는 즉시 마른 검불 한줌을 손에 쥐고 길옆에 서있는 나무우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량반이 거들거리며 나무밑을 지나갈 때 쥐고있던 검불을 갓우에 슬쩍 뿌려놓았다.
량반은 그런줄도 모르고 여전히 목대를 뻣뻣이 세워가지고 지나갔다.
나무에서 내려온 막동이는 서둘러 《곧은 목》을 뒤쫓아가며 소리쳤다.
《나리님, 두엄에서 잠을 자다 오시나이까? 갓우에 검불이 가득하오이다.》
《뭐 검불?…》
량반은 얼결에 고개를 흔들어보았다. 그랬더니 정말 갓우에서 검불이 부시시 떨어져내렸다.
(이런 변이라구야.)
량반은 당황하여 어쩔바를 몰랐다. 그런데 행길에서 갓을 벗자니 량반의 《례절》에 어긋나는 일이요, 그렇다고 쓴채로 털자니 갓전이 넓은지라 손이 미처 자라지 않았다.
량반이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고 속으로 바빠하는데 막동이가 짐짓 생각해주는체 하였다.
《제가 털어드리리다.》
《곧은 목》은 하는수없이 막동이앞에 검불을 털어달라고 고개를 숙이였다.
《그렇게 목이나 숙여서는 안되겠소이다. 허리까지 굽혀야지.…》
막동이가 손이 모자라는체 하자 《곧은 목》은 누가 보지 않는가 하여 사방을 휘둘러보더니 꺼꺼부정하게 허리를 굽히였다.
《좀더 굽히시오이다. 이제야 겨우 손끝이 닿을가 하나이다.》
막동이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계속 발끝을 세우고 재촉하였다.
《원, 제길… 무슨 놈의 녀석이 키가 그리도 작단 말이냐?》
《곧은 목》은 이렇게 두덜거리며 삼복더위에 엿가락휘듯 스스로 허리를 너푼 굽혔다.
이때 마침 산에서 나무를 해가지고 내려오던 마을사람들이 뜻밖의 광경을 목격하고 눈이 휘둥그래졌다.
《얘 막동아, 너 지금 무엇을 하고있느냐?》
마을사람들의 물음에 막동이는 시치미를 뻑 따고 대답하였다.
《저말인가요? 보다싶이 <곧은 목>나리께 인사법을 가르치느라고 절을 받고있나이다.》
《뭐, 뭐라구?!》
《곧은 목》은 막동이의 말을 듣고서야 펄쩍 뛰면서 굽혔던 허리를 폈다.
이때 막동이는 벌써 저만치 달아나서 깔깔거리며 놀려주는것이였다.
《알고보니 <곧은 목>나리의 목은
그만에야 모든것을 알게 된 마을사람들은 통쾌하게 웃었다.
《정말 희한한 일일세. <곧은 목>이 고개를 숙이는 때도 있으니 말일세.》
《아무렴, 저희끼리 잔뜩 값을 올려도 량반값이란 결국 빈 허울뿐이지. 그렇구말구!》
큰길에서 이렇게 망신을 당하고서야 량반은 다시는 사람들앞에서 제잘난체 하면서 돌아칠념을 못했고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비실비실 피해다녔다고 한다.
두엄더미의 수닭이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니 멋없이 쳐든 머리에 한턱 받는것은 날아가는 돌뿐이라는것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것이다.